
동아시아 현대소설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빠른 리듬을 견디는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포착해 왔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회 한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자리한다. 이 무위(無爲)는 겉보기에 소극적이지만, 삶의 긴장을 잠시 풀어내는 중요한 정서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커피와 카페는 이러한 무위의 시간을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한 공간이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역할에서 벗어나도 되는 유예의 순간을 상징한다. 인물들은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잠시 망각했다. 카페는 목적과 생산성을 요구하지 않는 장소소 작용했고, 커피는 그곳에서 허용되는 느린 시간을 정당화하는 기호로 나타냈다.본문에서는 동아시아 소설에서 커피와 카페가 어떻게 무위의 공간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