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기호의 역사적 변형으로 본 커피와 유행의 순환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현대소설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의 의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자리해 왔다. 초기에는 서구적 취향의 상징으로 소비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화되고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유행은 언제나 순환한다. 한때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었던 커피가 시대에 따라 대중적 일상의 일부가 되고 다시 취향과 계층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은 문학에서 특히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소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트렌드의 이동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그것을 통해 인물의 정체성, 시대의 불안, 욕망의 변형을 포착한다.

본문에서는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소설이 커피의 유행과 순환을 어떻게 서사화하며 그 속에서 커피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획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서구적 세련됨의 상징으로 본 초기 유행의 기호 

커피는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안에서 처음 유행할 때 명백히 서구적 감각의 상징으로 소비되었다. 일본 소설에서 1960~70년대 커피는 ‘근대화의 기호’이자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체험하는 매개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 중년 남성은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 이국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한다. 당시 커피는 여전히 귀한 취향의 물건이었다. 커피잔과 카페의 인테리어, 진한 향 모두가 서구 문물의 세련됨을 느끼게 했다. 이 시기의 커피는 경제적 문화적 상징 자본으로 기능하며 개인의 취향과 계층을 은근히 구분 짓는 도구로 작용했다.

한국 소설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발견된다. 은희경의 초기 단편에서 젊은 여주인공은 고급 커피 전문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통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추구한다. 그녀는 “여기서 마시는 커피만큼은 다른 것과 다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커피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였다. 그 시절의 커피는 소유할 수 없는 특별함,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첨단성의 은유였다.

 

대중화와 기호의 평범화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는 경제 성장과 함께 커피는 급속히 대중화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확산과 즉석커피 문화는 과거의 희귀함을 빠르게 소모했다. 중국 소설에서는 이 변화를 ‘기호의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바이수에의 작품에서 한 중년 남성은 “이젠 누구나 커피를 마신다”라고 한탄한다. 과거에는 카페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특별함이 아니다. 커피의 대중화는 소비문화의 평준화를 보여주며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을 다시 불안하게 만든다. 모두가 마시는 커피는 더 이상 차별화의 상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 소설에서도 이 변화는 감각적 피로로 나타난다. 박민규의 작품에서 직장인은 매일 편의점에서 같은 커피를 사 마신다. 그는 “커피가 내 취향을 증명하던 시절은 끝났다”라고 느낀다. 커피의 값이 싸지고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그것을 마시는 행위가 더 이상 ‘나를 드러내는 표식’이 되지 못한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커피의 역사적 변형이 개인적 공허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행이 평범함으로 귀결될 때 삶의 일부였던 기호도 함께 빛을 잃는다.

 

회귀와 재귀의 아이러니로 본 새로운 재해석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소설은 커피의 유행이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유행은 대중화로 평범해졌다가 다시 ‘취향의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소설에서 주인공은 최근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다시 커피를 고르는 것이 취향의 문제로 돌아왔다”라고 말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엔 단순히 서구적 세련됨이 아니라 개별적 취향과 미묘한 차별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커피는 다시 정체성을 증명하는 사치품이 된다. 하지만 작가는 그 회귀가 결국 소비의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 소설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은희경의 최근 작품에서 젊은 직장인은 고급 드립커피를 마시며 “이 맛은 어릴 때 어른들이 마시던 그것과 다르다”라고 느낀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어쩌면 같은 것을 돌려 마시고 있을 뿐”이라는 자각에 사로잡힌다. 커피는 시대가 바뀌어도 늘 같은 방식으로 유행하고 그 유행은 다시 삶의 불안과 공허를 부른다. 결국 커피는 유행의 순환을 통해 문화적 기호의 허망함을 가장 생생히 증명하는 상징이 된다.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그것은 시대와 취향을 넘어 인간이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욕망의 패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