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아방가르드 문학과 카페 문화

jhjung1720 2025. 7. 26. 17:22

 

동아시아 아방가르드 문학과 카페 문화의 충돌과 창조

동아시아 아방가르드 문학은 전통과 관습에 대한 도전에서 비롯되며, 그 출발점에는 종종 카페라는 일상 공간이 놓여 있다. 일본 다이쇼 시대의 좌익 문인들, 상하이의 모더니스트들, 그리고 1930년대 경성의 실험적 시인들 모두는 커피 향이 감도는 테이블 위에서 기존 문학 형식과 언어를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의 미학을 시도했다. 카페는 단순한 음료 공간이 아닌, 당대 문인들의 집단적 실험과 감각적 저항의 거점이었으며, 문학과 정치, 예술과 사회 담론이 충돌하고 재조합되는 현장이었다. 이 글은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아방가르드 문학과 카페 문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문학의 형식과 사유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탐색한다.

아방가르드 문학으로 본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문학적 실험의 무대로 본 카페라는 장소성

20세기 초반 동아시아는 급격한 서구화와 제국주의의 영향 아래 놓이며,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동요를 겪고 있었다. 이 시기 문학은 단순한 미학적 표현 수단을 넘어, 존재론적 질문과 사회적 반항, 언어의 경계 실험을 수행하는 장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서사 형식을 벗어나려는 ‘아방가르드 문학’은 새로운 감각의 흐름을 조직하려는 시도였다. 일본, 중국, 조선(한국)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나타난 이 실험적 문학은, 흥미롭게도 대부분 도시 중심의 특정 공간 즉 ‘카페’를 기반으로 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시의 카페는 단순한 음료 소비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질적 문화의 집결지였으며, 당대의 청년 문인, 화가,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사유를 교환하고 언어를 해체하는 장소였다. 카페의 비정형적인 구조, 시계 없는 시간감각, 담배 연기와 커피 향이 어우러진 공기, 그리고 무정부적 대화들은 정형화된 문학과는 본질적으로 대치되는 공간의 감각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장소성은 문학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방가르드 문학은 대체로 단편적이고 불완결한 언어 구조, 의도적 비논리, 이미지 중심의 서술, 심지어는 난해한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기성 언어 체계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 모든 미학적 실험은 카페라는 물리적 장소 안에서 구체적으로 조직되고, 논의되며, 때로는 낭독되고 쟁점화되었다. 결국, 아방가르드 문학과 카페는 서로를 필요로 했다. 문학은 그 공간을 통해 낯설어지고, 공간은 문학을 통해 사유의 밀도를 얻었다.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언어의 해체를 시도하며, 감각의 이탈을 도모했다. 이 글은 그러한 시도들이 어떻게 각국의 문학사 속에 기록되었고, 여전히 유효한 장소적 감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려 한다.

 

동아시아 실험문학의 발화점으로서의 카페

가장 먼저 주목할 수 있는 사례는 일본 다이쇼 시대(1912–1926)이다. 이 시기의 도쿄는 카페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던 시기였으며, 신예 시인들과 극작가, 무정부주의자들이 자주 드나들던 ‘카페 르몽드’ 같은 공간은 새로운 문학 사조의 실험장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와 무로 사이세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이 활약하던 시기, 카페는 신경쇠약, 실존 불안, 기성 도덕에 대한 혐오감 같은 아방가르드 정서를 강화시켰다. 중국의 경우, 1920~30년대 상하이 모더니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신감파(新感派)’로 불리던 이들은 인상주의적 시각 언어와 도시적 감각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서술을 구사했다. 당시 상하이에는 파리풍 카페들이 대거 문을 열었고, 이곳에서 문인들은 낯선 음악, 외래어 메뉴, 이질적 풍경을 감각적으로 체화하며 새로운 언어 실험을 시작했다. 구체적 시공간이 해체된 상하이 카페 안에서 ‘기억과 현재의 동시성’이라는 주제가 부상했고, 이는 곧 작품의 형식으로 전이되었다. 조선의 경우 193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한 문학 실험이 있었다. 이상(李箱)은 카페 ‘미스코리아’에 자주 드나들었고, 그의 산문과 시에서는 공간 해체적 구성이 두드러졌다. "오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카페의 다층적 구조, 모순된 동선, 불확정적 시선의 분열을 언어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작품이다. 커피는 그의 시에서 감각의 과잉 혹은 무감각으로 등장하며, 몸과 언어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징적 매개로 기능했다. 또한 이 시기의 카페는 ‘여성의 문학적 발화’를 가능케 한 공간이기도 하다. 경성의 여성문인들은 가부장적 공간에서 벗어나 카페에서의 자유로운 모임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는 곧 여성서사의 리듬과 구문 구조에까지 영향을 주었으며, 전통과 근대,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난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했다. 이러한 카페 공간은 이후에도 문학적 실험의 흔적으로 남는다. 현대의 문학카페, 낭독회, 문학살롱 문화는 과거 아방가르드적 실천의 변형된 형태이며, 그 기원은 바로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초창기의 실험문학자들이 커피잔 옆에 쌓아 올린 언어적 모험에 있다. 이들의 활동은 문학이 단순한 문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장소를 필요로 하며, 감각의 맥락과 함께 생성된다는 점을 강하게 증명한다.

 

문학의 변두리 감각의 중심으로 본 오늘날 우리가 읽는 그 카페

카페는 더 이상 급진적 공간이 아닐지 모른다. 오늘날의 커피숍은 정돈된 음악, 정해진 와이파이, 매뉴얼화된 미소로 가득하다. 그러나 문학은 여전히 그 카페의 중심을 탐색한다.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아방가르드 문학이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언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작가는 카페에서 글을 쓴다. 그러나 그가 쓰는 문장은 이상이 남긴 단절의 어법, 다자이의 자의식, 신감파의 감각적 분열을 은연중 계승한다. 카페는 더 이상 기이하거나 비정형적인 공간이 아니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여전히 실험을 하고 있으며, 언어는 여전히 분열을 시도한다. 한 잔의 커피는 이제 일상이다. 그러나 아방가르드 문학의 시선으로 본다면, 커피는 ‘탈경계적 사유’의 시발점이자, 감각을 흔드는 리듬이며, 언어를 낯설게 만드는 향기다. 작가에게 있어 카페는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상상력이 작동하는 비일상의 섬이다. 아방가르드 문학은 독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흔든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그 흔들림을 감각하던 작가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여전히 문학을 통해 감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카페는 그 경계에서 열린 창이며, 문학은 그 창을 열어젖히는 손짓이다. 커피잔 위에 반사된 불안정한 빛, 그것이 아방가르드 문학이 남긴 가장 확실한 풍경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