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공간적 위계와 정체성으로 본 커피와 도시 건축

jhjung1720 2025. 7. 20. 21:31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현대소설은 도시를 무대 삼아 인간의 고립, 계층, 정체성을 탐구해 왔다. 특히 급속도로 발전한 도시 건축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커피는 그 공간적 변화 속에 놓인 상징적 기호가 되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도시의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높은 빌딩의 루프톱 카페, 지하 쇼핑몰의 체인점, 주택가 골목의 작은 커피집 등 커피가 놓인 장소의 층위는 그 자체로 계층과 취향의 지도를 보여준다. 소설은 커피가 도시 건축과 만나 어떤 감각적 풍경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인물이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해내고 있다.

커피와 도시 건축으로 본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본문에서는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소설이 커피와 도시 건축의 결합을 통해 어떤 서사적 사회적 함의를 만들어내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고층 공간과 권력의 커피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커피는 도심의 고층 빌딩에서 권력과 위계를 가장 명백하게 드러낸다. 한국 소설에서 대기업 본사의 최상층 카페는 ‘선별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은희경의 작품에서 중간관리자 주인공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의 카페로 향한다. 유리 벽 너머로 펼쳐진 도시 풍경은 성취의 증거처럼 보인다. 그는 라테를 마시며 “이제 이 풍경이 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순간에도 커피의 맛이 왠지 밋밋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밋밋함은 고층 공간이 주는 권력의 허위성을 암시한다. 커피는 성공의 상징처럼 놓이지만 동시에 공허의 맛으로 변하여 나타내고 있다.

일본 소설에서도 유사한 공간적 위계가 관찰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소설에서 주인공은 금융회사 회의 후 고급 빌딩의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곳의 커피는 완벽하게 관리된 품질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커피의 향이 아무 냄새도 아닌 것 같다”라고 느낀다. 고층 공간의 청결과 규격화된 디자인은 삶의 본질을 지우고 있다. 커피는 오히려 도시 권력의 소유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면서 개인의 감각을 균질화한다. 소설은 이 풍경 속에서 커피의 온기가 아닌 냉정한 위계의 냄새를 강조한다.

 

소속의 감각으로 본 저층 공간과 골목 공간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는 고층과는 반대로 저층 건물이나 골목 카페에서의 커피는 도시 속 소속감과 유대의 감각을 상징한다. 중국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좁은 골목의 작은 커피숍에 매일 들러 커피를 마신다. 그 공간은 허름하지만 오히려 ‘삶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바이수에의 작품에서 그는 “이 커피는 맛이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좋다”라고 말한다. 커피잔에 남은 얼룩과 다 닳은 나무 테이블은 기계화되지 않은 도시의 감각을 보존하는 요소다. 저층 공간의 커피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보듬으며 무명성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기호로 그려진다.

한국 소설에서도 골목 카페는 다른 정서를 자아낸다. 박완서의 작품에서 노년의 주인공은 오래된 주택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카페의 낮은 천장과 낡은 벽지는 도시가 성장하는 동안 사라지지 않은 흔적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 커피는 도시가 내게 남긴 마지막 온기 같다”라고 적는다. 저층 공간의 커피는 소유의 권력이 아니라 기억과 연대의 감각으로 기능한다. 그곳에서 커피는 계층화된 삶을 잠시 해체하는 작은 예외의 장소로 표현되고 있다.

 

공간과 정체성의 교차점으로 본 커피의 문학적 함의 

동아시아 문학에서 커피는 도시 건축의 공간적 위계를 증언하면서도 그 공간이 인간의 정체성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드러낸다. 높은 빌딩의 커피는 권력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그 권력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폭로하는 도구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물은 “이 커피를 마시면 잠시 나도 이 도시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 기분은 금세 사라진다”라고 말한다. 커피의 일시적 위안은 공간의 위계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반면 저층 골목의 커피는 도시의 변두리적 장소에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매개가 된다. 은희경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이 작은 카페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느낀다. 그 감각은 도시에서 흔히 경험하는 소속감의 결핍을 잠시 덮어준다. 커피는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입으며 인간이 도시 건축의 위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결국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나타나는 커피는 도시의 공간적 구조와 개인의 감각이 만나는 교차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교차점에서 인물들은 잠시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더 큰 공허를 자각하게 된다. 이 아이러니야말로 커피가 문학 속에서 수행하는 가장 독특한 역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