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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아버지 서사 속 소통의 실패로 본 커피와 부성의 부재 본문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아버지 서사 속 소통의 실패로 본 커피와 부성의 부재

jhjung1720 2025. 7. 19. 16:52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현대소설에서 ‘아버지’는 점점 부재하거나 침묵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산업화 이후 도시 중산층 가정에서 아버지는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로서 기능하되, 정서적으로는 단절된 인물로 표현된다. 가족을 위한 헌신이라는 명분 아래 감정의 표현과 관계 맺음을 회피하는 아버지상은 소설 속에서 갈수록 공허한 권위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부성의 부재는 종종 일상적 사물, 특히 커피라는 기호를 통해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커피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가장 간단한 교류의 매개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단절과 소외의 정조가 강조된다. 아버지와 자식이 나누는 커피 한 잔은 소통의 가능성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침묵의 증거이자 서로에게 이질적이 된 감정의 풍경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커피와 부성의 부재로 본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본문에서는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으로 본 소설 속 커피가 부성의 부재와 어떻게 맞물려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이 어떤 서사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말 없는 아버지의 초상으로 본 커피와 부성의 침묵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 중 한국 현대소설에서 아버지는 자주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가족들과는 거의 말을 섞지 않는다. 은희경의 단편 "아내의 상자"에서 중년의 아버지는 매일 아침 블랙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펼친다. 자식들은 그 앞을 조용히 지나가고 아내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작가는 이 장면을 반복적으로 묘사하며 ‘가족 안의 타자’로서의 아버지를 시각화하여 나타낸다. 커피는 아버지의 고립을 상징하는 사물이다. 향기는 방 안에 퍼지지만 대화는 흘러가지 않는다. 커피잔은 감정을 전하는 그릇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정서적 고립을 강화하는 도구로서 표현된다.

일본 소설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에서 아버지는 늘 회사에서 돌아오면 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본다. 자식은 그 옆에 앉아 있지만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어색한 공기를 견뎌야 한다. 커피는 아버지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지만 자식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시간’으로 느껴진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의례적이고 익숙하지만 동시에 감정의 교환을 가로막는 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침묵은 커피와 함께 더욱 선명해지며 부성의 부재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단절된 대화의 장면들로 본 커피의 공유 실패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커피는 때로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도는 종종 실패로 끝난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아들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커피를 건네지만 아버지는 무표정하게 그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본다. 커피는 이 장면에서 ‘화해의 상징’처럼 등장하지만 결국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은 채 장면은 끝난다. 커피잔은 따뜻하지만 그 온도는 서로의 감정을 녹이지 못한다. 오히려 그 따뜻함은 서로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하며 거리감만 더 각인시키고 있다.

중국 소설에서도 커피는 세대 간 단절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한 청년소설에서는 도시로 유학을 온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 아버지와 커피를 마시려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걸 왜 마시느냐”며 탁자 위에 놓인 컵을 밀어낸다. 커피는 도시화된 자식의 삶과 농촌에 머물러 있는 아버지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를 부각하는 매개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음에도 커피는 그들을 연결하기는커녕 문화적·감각적 차이를 더 뚜렷하게 만들어낸다. 커피를 매개로 한 대화는 끝내 이어지지 못하고 아들은 방을 나가버린다. 이처럼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커피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실패로 끝나는 ‘소통의 부재’ 자체를 상징한다.

 

침묵과 부재를 담는 사물로 본 커피의 문학적 함의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커피는 말보다 많은 의미를 담는 상징적 사물이다. 커피는 인물들 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촉매가 될 수 있지만 부성 서사에서는 오히려 침묵과 부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자주 등장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소설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커피포트다. 주인공은 그것을 보며 “아버지는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나와 커피를 마신 적이 없었다”라고 회상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감정의 부재와 관계의 단절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커피가 주는 따뜻함은 아버지의 삶과 무관했고 남겨진 물건만이 아이러니하게도 잔존하는 감각을 아련하게 전한다.

커피는 일상적인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속에서는 감정의 교환과 단절을 동시에 드러내는 복합적 기호가 된다. 특히 부성의 서사에서 커피는 ‘마주 앉아 있으나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그것은 연결되지 못한 마음, 말로 채워지지 않는 공간, 부성의 실패가 만든 침묵을 압축하는 이미지다. 결국 동아시아 커피와 문학에서 커피는 소통의 가능성과 함께 그 가능성이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을 동시에 담아낸다. 아버지가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혼자였고 자식이 건네는 커피는 늘 대답 없는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 아이러니야말로 커피가 문학 속에서 수행하는 가장 섬세한 역할로 표현되었다.